2014년 8월 26일 화요일
예배 출석하면 용돈 드립니다
가슴이 먹먹하다. 어떤 기사 때문이다.
기사는 2013년 8월 17일, N신문사에서 일요일마다 교회를 순회하는 노인들의 현장을 생생히 담고 있었다.
서울 영등포에 사는 김 씨(75세)는 교회의 문턱도 밟은 적 없는 교회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런 김 씨가 4년 전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교회에 가면 ‘돈’을 준다는 입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후, 김 씨는 일요일만 되면 평균 4개 교회를 순회한다.
새벽 6시. 김 씨의 첫 번째 교회 순회가 시작된다. 장소는 신림동에 있는 한 교회다. 예배에 참석하고 아침밥을 얻어 먹는다. 식사를 마친 김 씨는 곧장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두 번째 교회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 8시 30분. 김 씨의 두 번째 교회 순회가 시작된다. 장소는 신월동에 있는 A교회다. A교회는 6년 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 효도비 명목으로 한 달에 1만 5000원씩 지급해 오고 있다. 그러나 항상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예배 출석에 1회 빠지면 1만 1000원, 2회 이상 빠지면 받을 수 없다.
한편 ‘돈’을 받기 위해 예배에 출석하는 사람은 김 씨만이 아니다. 많은 노인들이 있다. 애당초 예배에는 관심이 없던 그들이기에 예배를 대하는 자세가 좋을 리 없다. 몸을 틀어 창밖을 바라보거나 예배 시작 전부터 조는 이들도 있다. 예배가 끝나자 김 씨는 흰 봉투를 받았다. 1만 5000원이다. 출석 확인을 마친 김 씨는 서둘러 예배당을 빠져나간다. 세 번째 교회를 순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교회 행선지는 상가 단지 안에 있는 B교회다. B교회는 특이한 점이 있다. 십일조 봉투에 동전 500원 을 넣으면 5000원을 받을 수 있다. B교회에 도착한 김 씨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십일조 봉투부터 찾는다. 그리고 500원짜리 동전을 넣는다. 예배가 끝나고 받게 될 봉투 안에는 5000원이 들어 있을 것이다. 2시 예배가 끝난 후 김 씨는 목사에게서 직접 십일조 봉투를 받는다. 봉투를 받은 김 씨는 재빠르게 5000원을 꺼낸다. 이어 봉투를 자신의 이름이 적힌 봉투꽂이 함에 밀어 넣는다. B교회는 지난해부터 예배에 출석하는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돈을 지급하고 있다.
다음 행선지는 목동에 있는 C교회다. 마지막 교회 행선지다. 예배당에는 70여 명이 모였다. 노인들 사이에선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돈을 1000원밖에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예배가 끝난 후 김 씨는 1000원을 받았다. 저녁 7시경이다. 이렇게 김 씨의 하루가 마무리된다. 4개 교회의 주일예배에 출석해 1만 6500원을 받았다. 십일조 봉투에 넣었던 500원과 교통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김 씨는 “요로코롬만 다녀. 믿음이나 이런 거 없어.”라고 말하며 교회를 떠난다. 김 씨에게 교회란, 출석하고 돈 받는 장소인 셈이다.
어쩌다가 교회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또 언제부터 목사들은 돈으로 성도를 사기 시작한 것인가. 예수님께서는 성전에서 장사하는 행위를 보시고 불같이 노하셨다. 하물며 목사들이 직접 나서서 ‘노인에게 용돈’을 준다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사람의 영혼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대노하실 일이다.
과연 돈을 목적으로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사람들을 보며 예수님께서는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그 표정을 목사들은 잘 알 것이다. 부디 ‘돈’으로 교인들을 잡지 말고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교인들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목사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교회란 원래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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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안타까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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